티스토리 뷰

 오늘은 숙련주차 개인과제, 포켓몬 도감의 제출날이다. 자바스크립트, 리액트 입문, 숙련을 거치면서 솔직히 백지에서 코드를 짜라고 하면 못 짤 정도의 실력으로 튜터님들과 지피티에게 많이 의존해 왔다. 그런데 이번 포켓몬 도감 과제를 수행하면서 실력이 쑤욱 느는 경험을 해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백지에서 코드를 짠다면 나는 rafce만 칠 거야

 뭔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스탠다드반 타임어택 실습을 진행하고 나서였다. 입문 주차 실습은 올림픽 메달 추적기 만들기였는데, 튜터님들의 실시간 가이드가 준비되어 있어 튜터님들이 로직 힌트를 주고 과제 완성까지 같이 달려주는 식으로 진행되었었다. 모르는 건 바로바로 물어보고 튜터님들이 주신 힌트 코드를 로직대로 짜맞추기 하면서 솔직히 엄청 재미있었다. 실력이 늘어나는 기분도 들고 튜터님들은 친절하시고 과제는 완성되어 가고. 로직은 다 이해하겠고 코딩 진짜 재밌구나 생각했었다.

열심히 가르쳐 주셨다.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그런데 실력 상승에는 조금 부족했나 보다. 타임어택합니다 하고 올림픽 메달과 똑같은!! 코드를 짜라는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진짜 개~~~~쪽팔렸다. 지피티 없이 한다길래 아ㅋ 뭐 로직 다 아니까 ㅋ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rafce를 치고, 그리고.. 시작도 하지 못했다. 한참을 갈곳 잃은 커서를 바라보다 대학 때 서술형 시험 치던 것 마냥 생각나는 걸 다 쓰기 시작했다. state를 설정했었지. 조금 끄적끄적. add와 delete 기능은 손도 못 대고, 컴포넌트 분리만 조금 했다. 그렇게 엉성하게 만든 코드를 꿰메면서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슬랙에 다음과 같은 메세지가 올라왔다.

3번 찍었다가 진짜 개쪽팔리고 자존심상하고 나 자신에게 민망해서 1번으로 바꾼 흔적

 가망 없었다. ㅋㅋㅋ 슬랙 저 기능이 누가 뭐 찍었는지 다 떠서 더 쪽팔리기도 했고, 저 3의 비율을 보라.. 제일 적다.. 이건 무슨 소리냐? 내가.. 이 반에서 평균 이하란 거다... 못하는 축에 속한단 거다..... 내가 세상 최고인줄 아는 시절은 옛저녁에 졸업하긴 했지만 간만에 맛보는 인생의 쓴맛은 진짜 썼다. 나이를 먹었다고 좀 유해진 줄 알았는데 그냥 쓴맛을 볼 일이 잘 없었던 거다. 학생 때나 지금이나 충격요법 한번씩 맞아야만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던 나는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고 그때야 생각했다.

 

진짜 똑똑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대로만 한다면 실력이 늘 줄 알았다.

 내 문제가 뭔지 생각했다. Onegreat튜터님이 수업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복습하라!! 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입문주차 과제를 완성하면서 Gocurrent 튜터님과 Vintz 튜터님이 신신당부하던 꼭 코드 복습하라는 얘기 (복습 안했다.)도 생각났다. 그렇다. 나는 공부를 안했다..! 물론 강의 듣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9시 땡하면 PT가느라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개념은 복습하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복습을 안일하게 했다. 결정적으로 코딩이라는 것은 개념만 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튜터님들이 말하던 익숙해져야한다는 것에 대해 한참 생각하다 결론을 냈다. 문제를 풀자. 수능 모의고사 풀듯이.

 요즘 세상은 참 좋아져서 GPT한테 예제 만들어 달라고 하면 알아서 척척 만들어 준다. 나는 그날그날 배운 내용에 대해 개념을 복습하고 코드를 스스로 짜 볼 수 있는 예제를 3개씩 만들어 풀기 시작했다.

꽤나 잘 짜준다.

혼자 공부하면 절대 안할 것 같아 Vintz튜터님에게 가서 매일매일 공부한 것을 보고하겠습니다. 선언도 했다.(const 아님. 풉킥) 튜터님은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나중에 Onegreat튜터님에게 이렇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했을때는 너무 좋은 방법이라며 뒤집어지셨다. 나도 예제를 풀면서 기존 복습보다 훨씬 재밌고 코드에 익숙해진다고 생각했다. 이대로만 한다면 다 잘 될 줄 알았다. 

 

가둬놓고 2시간 동안 코딩하게 시켜야겠어요

 그렇게 숙련 과제 발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발제 이틀차. 나는 겨우 프로젝트 세팅하고 기능 구현 첫 단계인 add에서 막혀있었다. 처음부터 막혔단 소리다. 보통 우울해져 있을 때면 따스하고 긍정적이고 친절하며 나를 믿어주는 Vintz 튜터님께 가서 천천히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곤 하는데, 그날따라 Onegreat튜터님의 시원시원한 가르침이 받고 싶었다.(스파르타는 튜터님마다 가르치는 방식과 성격이 다르셔서 찾아가는 맛이 달라 재밌다.) Onegreat님은 great 해요 흥얼거리며 튜터님을 찾아갔다. 튜터님은 왜 이렇게 늦게 시작했냐며 물으셨고 나는 이틀차입니다. 답했다. 엥?? Onegreat님은 코드를 보시곤 말했다. 열심히 하는 건 알겠는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개념을 알긴 하는데 지식이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다. 이거 다음주에 가둬놓고 2시간 동안 코딩하게 시켜야겠어요. 

 힝............물론 나를 신경써주셔서 밀착가르침 주시겠다는 따뜻한 말이었는데 왜 이렇게 속상한지. 개열심히했는데 이 방법이 아닌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력이 왜 안늘지 나는 코딩 머리가 없나... 어쨌든 컴포넌트 구조를 그리고 시작하라는 가르침을 받고 코드를 짜려고 시도했다. 진심 5분에 한번씩 막혔다. add가지고 주말 내내 붙잡고 있었다. 진짜 하기 싫었다. 스트레스받아서 막힐 때 마다 침대에 다이빙하거나 초콜릿을 잔뜩 사서 먹으면서 했다. 그래도 코드는 안 짜졌다.

 

우리 팀 중에서 내가 제일 못해

 주말에 쉬다 코드 짜다 하면서 충전을 좀 하고, 월요일이 되었다.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실시간 가이드를 이번에도 제공해 줄 거란 믿음. 튜터님에게 100%의존하겠다는 알량한 마음가짐. 그 마음가짐은 물고기를 잡아다 주지 않고 잡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겠다는 튜터님들의 배려 하에 진짜 '힌트만'주시게 된 실시간 가이드로 인해 작살났다. add와 delete 기능까지밖에 가이드를 못 얻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멘탈이 괜찮았다.

 문제는 팀 스크럼이었다. 우리 팀은 챌린지반 1명 스탠다드반 4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는데, 여행 갔다 오신다고 강의가 밀린 한명을 제외하고 모든 팀원들이 기능 구현을 했다고 했다. 나랑 똑같은 스탠다드반인데!! 나빼고!!! 다!!!!!

 두 가지 감정이 들었다. 개우울했고, 그렇다면 난이도가 할 수 있는 난이도구나. 하는 직감. 나는 평소엔 먹지도 않는 커피를 시켰다. 못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항상 해왔던 게임처럼 어딘가 클리어 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었다. 제출까지 20시간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실력은 계단식으로 는다곤 했지만, 이게 되네

  튜터님이 주신 가이드를 생각했다. 잠깐 가이드를 받았지만 분명히 코드를 점검하는 방법은 매번 같았다. 값에 대한 console을 찍어 보고 확인하고, 제대로 나오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고, 로직을 점검하고 검색을 한다. 나는 성격이 급하기도 하고 그림 그리던 습관이 남아 있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을 나중에 잡는 식으로 코드를 짜왔는데, 코딩이라는 건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하는 거였다. 전 스탭이 꼬이면 이후 스탭도 와장창 꼬이고, 그렇게 꼬여버리면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게 되기 때문에 하나하나 제대로 코드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천천히, 꼼꼼하게 해보기로 했다. 나는 모든 코드에 콘솔을 찍어 보고 로직을 코드 밑에 하나하나 쓰면서 천천히 코드를 짜 나갔다. 

천리길도 한 걸음씩

 어?

 천천히 로직을 쓰니까 다음 스탭을 어떻게 밟아야 할지 생각나기 시작했다. 어디가 문제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논리라는 게 무엇인지 감이 좀 잡히기 시작했다. 어디에 무슨 개념을 활용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걸 검색해야 할 지 알기 시작했다.

add 기능을 제대로 구현해냈다. 

 한 번 감을 잡은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물론 수 많은 오류들을 맞닥뜨렸지만, 구글에 검색하면 진짜 다 나왔다. 추가, 삭제, 상태 업데이트, 리스트 구현. 5단계까지의 기능을 다 구현하고 나니 새벽 2시였다. 과제 제출까지 12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이 진화의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야지

 과제는 필수 요구사항을 다 지켜서 잘 구현하고, 제출했다. 신나서 Vintz 튜터님에게 달려가 자랑도 했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지금 보니 계단식 성장이란 포켓몬 진화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것 같다. 경험치가 쌓이고 쌓여 결국 한순간에 모든 능력치가 어떤 임계점을 뚫어버리며 진화해버리는 것. 개발도 똑같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를 갈지라도, 어떤 어려운 과제에 봉착하더라도 오늘을 기억하며 꾸준히 경험치를 모으면 기어코 성장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야 모든 준비를 갖추고, 출발선에 선 기분이다. 

험난한 개발 세상에 경험이라는 포켓몬이 나와 함께하길.

 

프로젝트가 궁금하다면 여기에.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